너는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

조커와 드 클레랑보 신드롬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기억나시나요? 극 중 내내 행동원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조커의 단 하나의 행동원칙은 '배트맨'을 쫓는 것이지요. 배트맨에게 '너 없이 내가 뭘 하겠어?'라고 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배트맨의 원칙을 깨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저들에게 너는 괴물이야, 나와 같은.' 이라며 배트맨 역시 자신과 동류임을 확신하지요. 배트맨이라는 대상이 자신에게 집착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명망, 권력, 재산이 있는 남성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으며, 심지어는 그들이 먼저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는 드 클레랑보 신드롬의 일종입니다. 언뜻 보면 스토킹과 비슷하지만 스토킹이 자신의 애정의 대상의 의견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낸다면, 드 클레랑보 신드롬은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
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심지어, 상대가 돌아봐 주지 않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드 클레랑보 신드롬의 희생자, 조지 5세


 드 클레랑보 박사는 이 신드롬을 한 환자의 사례에서 발견 했습니다. 이 환자는 53세의 프랑스 여성으로, 영국왕 조지 5세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녀는 심지어 궁전 창문의 커튼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것을 왕이 보낸 신호로 해석했지요. 그녀는 그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모든 영국인들이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호텔 예약을 하지 못했고 런던 현지에서 숙소를 잡을 수가 없었는데, 그 모든 것이 왕의 방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왕의 초상화와 돈이 담긴 자신의 가방을 잃어버린 것도 그의 짓이라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일삼았지요. 아래는 그녀가 한 말입니다.

"왕이 나를 미워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절대 잊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는 결코 그에게 무관심할 수가 없으며 그도 나에게 그러합니다. 그가 내 마음에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나는 마음 깊숙이 그에게 매혹당했습니다. 내 사랑은 비록 미쳤을지 모르나, 내 이성은 어서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로 가서 사랑을 쟁취하라고 속삭입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도 이런 심리는 아니었을까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추구하는 가치관을 고담에 구현하려는 배트맨의 모습에서 화장을 하고, 고담에 혼란을 가져오려는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커는 배트맨과 싸우다 건물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배트맨의 원칙이 깨졌다는 생각에 웃음을 짖고, 또 다른 이가 배트맨의 존재를 밝히려 하였을 때 그를 죽이려 했지요. 조커는 아마 드 클레랑보 신드롬에 빠져 있지 않았을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imbd 해석

다크 나이트  잡다한 이야기(2)



이 포스팅은 <다크 나이트>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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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나이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속에 진동모드 핸드폰을 넣어놓고, 특별 문자 메시지가 전달되는 케잌을 나눠 줬는데, 이를 테러범의 폭탄으로 착각한 방송국 직원에 의해서 빌딩에 있는 사람 전원이 대피했었습니다.



 다크나이트 초반부에 브루스 웨인이 개에게 물리고 나서 "갑옷이 너무 무거워요, 좀 가볍고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면..."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 놀란 감독의 의견이며 이것이 반영되어 수트가 개량되었다고 합니다.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최초의 수트 입니다.


 아캄 수용소가 나오지 않는 두 번째 배트맨 영화입니다. (첫 번째는 팀버튼의 배트맨2)


 조커와 배트맨의 마지막 대결에서 떨어지는 조커를 배트맨이 구한 장면은 조커가 최초로 나온 배트맨 코믹북(1940)을 오마쥬 한 것입니다.



 놀란 감독은 현실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코믹스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였습니다. 고든 경감이 죽은 척한 것, 배트맨이 조커를 심문하는 것(The Long Halloween), 가짜 배트맨들의 등장(The Dark Knight Returns). 조커가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 죽이는 것, 파이프로 배트맨을 때리는 장면,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 장면 모두 만화에 나오는 장면 들입니다. 조커의 과거가 일정하지 않은 것도 코믹스의 설정을 따른 것입니다.


 놀란 감독은 애드립을 매우 싫어하는데, 조커가 고든형사 진급시 박수를 치는 애드립과 탈주시 경찰차에서 고개를 내미는 장면은 모두 그냥 촬영했다고 합니다. 단, 병원씬에서 폭탄이 중간에 안터지는 것은 애드립이 아닌 감독의 치밀한 계산 이었습니다.


 히스 레저는 베일에게 심문 장면에서 최대한 세개 때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또 심문씬 마지막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발로 찍고 나가는데, 이 장면이 너무 과격해서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조커가 간호사로 분장하고 있을 때 명찰을 달고 있는데, '마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히스레저의 딸의 이름입니다.


 조커가 하비덴트를 납치해 놓은 곳은 250 52번 거리인데, 이를 영어로 읽으면 fifty-fifty 라고 중간에 발음이 됩니다. '확률'의 빌런인 투페이스를 상징하는 것이지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조커는 그래플 건(와이어가 나가는 총)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놀란 감독의 배트맨에서 조커는 그래플 건으로 인해 살아 남습니다.


imbd 해석

다크 나이트  잡다한 이야기(1)



이 포스팅은 <다크 나이트>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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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d는 전세계의 영화 팬들이 모여 영화의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입니다. 이곳에서 <라이즈>에 대한 여러가지 재밌는 것들이 있길래, 번역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다크나이트>는 지금까지 배트맨 영화 중 최초로 제목에 '배트맨'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조커역의 히스레저에 대해 영화 개봉 전에 논란이 있었지만, 놀란 감독은 힛스레저가 조커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각본이 쓰여지기 전부터 둘이 상의를 종종 했으며, 놀란 감독에 의하면 히스레저는 '겁이 없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 내내 걸린 타이틀은 '다크 나이트'가 아닌 '로리의 첫키스' 였습니다. 이는 배트맨 마니아들 때문에 촬영의 차질이 올까봐 였습니다. 로리는 놀란 감독 아들의 이름입니다.



 2007년 추수감사절에 4장짜리 고담 타임즈 타블로이드지가 배포되었습니다.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서 고담 국립은행(처음에 조커 일당이 터는 은행)과 고담 경찰 모집 광고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조커로 분하기 위해 히스레저는 모텔에서 6개월 동안 연구를 했습니다.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와 시계 태엽 오렌지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조커를 탐구했다고 합니다. 이 때 <킬링조크(1988)>와 <아캄 수용소(1989)>의 두 작품을 줬는데, 히스레저는 끝끝내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히스레저는 조커 웃음 소리는 잭 니콜슨과 다르게 하려고 했다고도 하네요. 또한 1940년 조커를 만들어낸 만화가 네스터 카보넬이 스튜디오에 고용되어 조언을 했습니다.


 극 중 조커의 태생은 신비로움을 위해 일부러 밝히지 않았습니다. (역자 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메인 빌런 중에서는 조커만이 태생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담 시티의 자동차 번호판은 미국 일리노이 주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조커가 브루스가 열어준 덴트의 모금 파티에 난입했을 때 마이클 케인경이 분한 알프레도의 대사가 있었지만, 조커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인해 대사를 까먹었다고 합니다.


 아론 애크하트는 하비덴트를 분하며 이중인격에 대해 공부하고, 배트맨(흑기사)와는 다른 하비덴트(백기사)의 영웅상을 만들려고 했다고 합니다.



 조커의 화장은 실리콘을 이용한 특수 분장이었는데, 화장하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또, 조커의 화장은 히스레저가 스스로 디자인 했다고 합니다. 약국에서 화장품을 사서 디자인 했고, 놀란 감독이 승인한 다음 분장팀이 똑같이 재현 해 냈다네요.



 배트맨의 메인 테마송은 딱 두번 나옵니다. 음악을 맡았던 한스 짐머는 "영웅적인 테마송이 남발되면 그 노래가 나올때 관객들이 머리속으로 그를 떠올리게 되고, 그로 인해서 주인공의 내면의 어두운 면과 복잡한 면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조커의 테마송은 코드가 D, C 두개 뿐인데 이는 DC코믹스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고담 중앙은행씬과 경찰서씬은 모두 우체국에서 촬영 되었는데, 영화와 상관없는 화재가 났지만, 모두 영화촬영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비덴트가 배트맨이라고 거짓 증언을 한 다음 이동할 때 조커가 공격하는 씬은 시카고의 Lower Wacker 거리에서 촬영했는데, 매일 오후 7시에 봉쇄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역시 추격씬에서 조커가 트럭 운전수를 밀어내고 직접 운전을 하는 장면을 보면, 유리에 조커가 웃는 모양으로 총알 흔적이 있습니다. 당시 세계에 4대 뿐이었던 아이맥스 카메라가 이 트럭 추격 씬에서 망가졌습니다.


 박쥐가 나오지 않는 첫 번째 배트맨 영화입니다.(라이지즈에도 박쥐는 나오지요.)


 만화를 보면 1969년에서 1980년 까지 웨인이 맨션에서 팬트하우스로 이사가서 사는데, <다크나이트>에서는 그를 반영했습니다. 그로 인해 배트맨 영화 중 유일하게 브루스 웨인 맨션이 나오지 않았지요.(라이지즈는 잘 기억이 않나네요.)


 모건 프리먼은 촬영 당시 <원티드>에도 출연하고 있었는데, 두 영화 세트가 근처에 있어서 촬영하기 편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매우 유명한 만화가인 <원티드>의 원작자 마크 밀러는 배트맨의 촬영장을 기웃거리다 배트맨의 오토바이를 타 보다 경비에게 잡힌 적도 있었습니다.


 조커가 나오는 협박 비디오들은 사실 모두 조커 자신(히스레저 자신)이 감독했다고 합니다. 


 조커와 배트맨은 대면시 단 한번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you'나 그 외의 단어를 이용해서 지칭하지요.


 촬영 시작하고 4일간은 제작진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캣피플(1942)>, <시민케인(1941)>, <히트(1995)>, <킹콩(1933)>, <배트맨 비긴즈(2005)>, <블랙 선데이(1989)>, <제 17 포로 수용소(1953)>를 보며 영화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첫 씬은 고담 중앙 은행을 터는 것인데, 여기서 스쿨 버스가 벽을 뚫고 들어 오는 장면을 촬영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버스를 분해해서 건물 안에서 조립했습니다. 또한 벽이 매우 안 부숴져서 공기포로 자동차를 쏘고, 가짜 벽을 세우는 등의 노력을 거쳐 촬영을 완료 했다고 합니다.


 배트맨이 처음으로 고담을 떠나 작전을 하는 (홍콩에서 리우를 잡는 씬) 배트맨 영화라고 합니다. 

놀란의 베트맨 최고의 악당 조커는 어떻게 생겨났나?

히스레저의 조커의 탄생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에서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건 조커의 연기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히스레저는 조커의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은둔하며 베트맨 코믹스, 만화 등 창작물과 여러 사람의 연기와 행동을 참고하고 직접 조커의 입장에서 일기까지 썼다고 하는데요, 1989년에 개봉했던 <베트맨>에서의 잭 니콜슨의 조커와 유명한 가수 톰 웨이츠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테엽오렌지>의 주연인 말콤 맥도웰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히스레저가 만약 살아서 <라이즈>에 나왔다면 어떤 연기를 보여줬을지 이들의 행동과 연기를 보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배트맨>에서 조커로 분한 잭 니콜슨의 연기를 보시겠습니다.

 극중 가장 광기가 넘쳤던 조커와 배트맨의 마지막 대결 장면입니다. 잭 니콜슨의 조커의 특징이라면 구 코믹스판의 조커의 특징인 쾌활함이 살아있지요. 잭 니콜슨의 연기를 잘 보시면 히스레저의 조커가 불현듯 보이곤 합니다. 더 많은 영상을 보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달아들이겠습니다.

조커의 탄생: http://youtu.be/63iuB-cSY7Q

조커의 살인: http://youtu.be/JaBh-B6F2sk

조커와 웨인: http://youtu.be/9OufCgFZCyU


그 다음은 <시계테엽오렌지>입니다.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입니다.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충동을 잘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주인공이 아무 목적 없이 사람을 패서 반신불수로 만들고, 그의 아내를 강간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이지 광기에 가득 차 있습니다. 목적 없이 헤매이는 조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건 저 뿐일까요?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 http://youtu.be/oWLByMshYIU

병원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 http://youtu.be/89GSUhzT3Ow

영화의 엔딩장면:  http://youtu.be/5xdQNrk9lcI


허스키한 보이스로 유명한 톰웨이츠의 인터뷰 장면입니다. 1:30부터 보시면 되겠습니다.

 잘 보시면 표정과 말 행동까지 하나하나가 히스레저의 조커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떠세요? 이런 영상들을 참고로 서서히 자신을 조커로 만들어 갔을 히스레저의 생각이 느껴지시나요? 히스레저는 이러한 자신만의 조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말했지요. "조커는 내가 맡은 역할 중 가장 자유롭게 연기의 날개를 펼 수 있다."라고요.

혼돈의 사자

조커 

 배트맨 역사상 가장 인기가 있었던 악당은 다름아닌 조커입니다. 기괴한 화장(일부 설정에 따르면 화장이 아닌 화학약품 때문이긴 합니다만), 넘처흐르는 광기에 매료되지 않은 배트맨의 팬은 없겠지요.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히스레저가 조커 역할을 맡았는데요, 아쉽게도 영화가 촬영이 끝난 뒤 약물 중독으로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전작에서 조커역할을 맡았던 잭 니콜슨은 "난 경고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그 정도로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 조커는 확실히 놀란의 배트맨에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골치아픈 놈이 있어...늘 카드를 남기지."

 코믹스의 조커가 탄생배경이 확실히 존재하는데 비해, 놀란의 조커는 정체불명의 악당입니다. 극의 초반에서 끝까지 화장이 벗겨지지 않으며, 경찰에 잡혀서도 DNA, 치아 등 모든 것의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심지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의 과거도 일정하지 않지요. 자신의 입을 찢어진 것만이 일정할 뿐 나머지는 모두 때에 따라 바뀝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과거입니다. 과거를 통해 '나'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내가 이 상처를 어디서 얻었는지 아나?"

  그런 의미에서 조커는 '자기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그는 그의 대사처럼 그저 차를 쫒아 가는 미친 개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사회를 얽매는 규약이나 규칙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하고 싶기에 하기'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DC 최고의 명탐정인 배트맨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을 수 밖에 없지요.

"날 죽이지 않는 것들은 날 강하게 만들지."

  배트맨이 등장하기 전까지, 조커는 단지 광대에 불과했습니다. 단지 마피아의 돈을 훔치거나, 작은 사고들을 치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나가는 조무래기 악당에 불과했지요. 그러나 배트맨이 등장하고, 공포로 고담시의 마피아들을 처단해 나가는 것을 본 그는 서서히 배트맨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쓴 채로 악을 축출하지만, 결코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배트맨에게 그는 매료됩니다. 

"저들에게 너는 괴물이야, 마치 나와 같은..."

 조커가 배트맨에게 매료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석의 양극이 서로 끌어당기듯이 그와 배트맨은 양극에 위치한 '질서'와 '혼돈'이기 때문이죠. 배트맨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커의 말대로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사실 조커의 범죄행위들은 배트맨에 대한 구애행위와도 같습니다. 배트맨은 그렇기 때문에 조커를 이해할 수가 없지요. 돈을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뚜렷한 목표가 있어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배트맨을 자극하고, 판을 키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지요.

"돈과는 상관 없어,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지."

 하지만 이렇게 배트맨을 갈망하는 동시에, 그는 배트맨을 붕괴시키기를 원합니다. 그가 믿고 있는 것들을 붕괴시키길 원합니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정 반대인 배트맨을 정신적으로 파괴하려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하비덴트를 타락시키고, 탈출선들을 훔쳐 그의  게임이론과도 비슷한 '사회확 실험'을 합니다. 그가 지키려는 고담의 사람들의 가치가 없음을 배트맨에게 가르쳐 주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기대를 배신합니다. 이 모든 조커의 범행들은 단지 배트맨과 놀려는 조커의 어리광에 불과하지요. 영화에서 조커가 총을 쏠 때는 사람을 거의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반면에 칼로 찌를 때는 상대의 표정을 끝까지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아무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사람이 죽을 때 짓는 표정은 꼭 보고 싶다는 것이지요. 조커에게 살인은 하나의 오락일 뿐입니다.

 결국 그는 배트맨의 정신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배트맨은 조커와의 투쟁 이후에 사랑하는 연인과, 경애하는 친구와 그가 지키는 도시의 신뢰를 잃고 폐인이 되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8년 동안이나 잠적하지요. 그 동안 조커가 블랙게이트 수용소를 탈출하지 않은 것은 물론 히스레저가 유명을 달리한 것도 있겠지만, 놀란의 세계 속 배트맨에서는 자신의 숙적이 잠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크 나이트 (2009)

The Dark Knight 
9.1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52 분 |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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