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멀리, 고향을 그리는 일본 사내의 노래; 

망향 : 望鄕 

스즈키 츠네키치 2집


 한 음반이 내게 다가오는 것은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연상시킵니다. 일본의 음악이라고는 X Japan을 필두로 하는 비주얼 락이나, AK 48처럼 무더기라고 나오는 아이돌 그룹, 그리고 시부야나 신주쿠 근처에서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받아 듣고 나서, 일본에는 스즈키 츠네키치라는 사람이, 뮤지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위의 사진의 무뚝뚝해 보이는 아저씨가 스즈키 츠네키치입니다.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고 했던가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하나같이 무뚝뚝합니다.  자신을 세상에 알릴 생각은 전혀 없는듯이 자신의 생각을 나즈막히 읊어 내려가는 그의 음악은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 와닿는 듯 합니다. 



 첫번째 트랙, 海の見える坂(바다가 보이는 고갯길)입니다. '나도 없고 당신도 없는 아무도 없는 고갯길, 구름이 유모차를 몰고가네', '아버지, 이곳이 당신이 걸어가신 길인가요'라는 그리움이 흠뻑 묻어나는 가사는 그의 나즈막히 읊조리는 아저씨 목소리로 우리에게 와 닿습니다.

 사실 '망향'이라기에는 가까운 1시간 거리의 지역을 생각하면서 곡들을 썼다고 하는데요, 거기에 딴지를 거는 이에게 그는 '망향은 망향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외국 미술가 중에서도 자신의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를 소설을 읽은 뒤 한번도 들르지 않고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그리움은, 거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타이틀 곡인 '토리짱의 꿈'입니다. 토리짱이라는 유령과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곡도 나즈막히 우리에게 와 닿았습니다. "토리짱의 유령인가?" 라고 내가 묻자 "이상한 말씀 마세요, 난 유령이 아니라고요." 역시 유령이 맞군 이라는 가사는 마치 소설의 한 구절 같습니다. 아코디언의 애절한 음색 위로 담담히 써내려가는 가사가 한 편으론 평화로우면서도, 한 편으론 애처롭고 그립기만 합니다.



 7번 트랙인 '외로울 땐'입니다. 외로울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나요? 스즈키씨는 목욕을 하고, 밥을 짓고, 밤을 기다리고 그냥 잠을 자며 그 서글픈   감정을 떨쳐내라고 하고 있습니다. 외로움 역시, 그리움에서 비롯되는 감정이겠지요. 저 멀리에서 보이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 망향이라는 앨범의 제목에 실로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요? 외로움에 대해 '하루 하루 밥을 짓다 보면 그럭저럭 계절이 바뀌겠지'라는 그의 처방이 와 닿으시나요?


 9번 트랙인 '납 병정'입니다. 옛날에 납 병정이 나오는 동화를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요, 그 기억이 다시한번 나는 노래였습니다. '도깨비가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납 병정이 몰살 당했다'라는 가사는 잃어버린 어린시절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을 써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다'는 가사가 그의 그리움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요?


 망향의 '고향'은 장소를 의미하기도 하고,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며, 추억을 뜻하기도 합니다. 스즈키 츠네키치의 목소리는 그 그리움을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오늘 밤, 아침 출근 길 이유 모를 그리움이 솟아날 때 '망향'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의 음악이 그리움을 가라앉혀 주지는 않지만, 같이 그 감정을 공유해 줄 것입니다.



望鄕 (망향)

아티스트
Tsunekichi Suzuki
타이틀곡
トリちゃんの夢 (토리짱의 꿈)
발매
2012.08.29
앨범듣기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즈키 츠네키치 - 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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