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나와, 세상이 보는 나

리플리와 공상 허언증


 어느 30대 주부는 처녀 시절 구직자리를 알아보던 도중 국가정보원에서 속기 공무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뒤 자신이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한 그녀는 그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고, 더욱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었지요. 그녀는 평소에도 공무원처럼 행동하고 다녔으며, 사치스런 생활로 많은 돈을 꾸고도, '국정원 비밀요원이라 자세한 사항은 말할 수 없다', '기밀을 말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의심하는 사람의 입을 막았습니다. 결국, 사기가 드러나 경찰에 끌려갈 때 까지 자신이 국정원의 직원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떠한 끔찍한 일을 저질러도, 다 합리화 하게 되어있어."

 이렇게 자신의 거짓말을 현실로 믿고 사는 것을 '리플리 증후군' 혹은 '공상 허언증'이라고 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영화 <리플리>이지요. <리플리>의 주인공, 리플리는 호텔보이에 지나지 않았으나, 우연히 입게된 프린스턴의 자켓에 사람들의 대우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결국 자신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던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그 친구가 되었다고 믿고 살게 되지요. 맷 데이먼의 표정연기가 일품이니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공상허언증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상은 높은데 도달하기 힘들자 스스로를 완벽히 속인 것입니다. 이들의 거짓말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초창기에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모순이 생기지만, 나중에 심각해지면 자신 내에서 세계가 완결되기 때문에 논리적 허점도 거의 없어진 다고 합니다. 

 아무리 내가 그리는 나와 현실의 나의 간극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나에 만족하고 보듬어 준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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