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매업의 역사


 저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유통발달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소매업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어느 것일까요? 미국 최초의 백화점은 1877년 '존 워너메이커 스토어(John Wanamaker Store)'이고, 일본은 1904년 미츠코시 백화점이 세워졌는데요. 우리나라의 최초 백화점은 다름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30년 '미츠비시 경성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 자본으로 세워졌기에, 우리나라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데요, 바로 1년 뒤인 1931년 '화신 백화점'이 세워집니다. 1980년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했던, 우리나라 유통사의 터줏대감이었지요.

화신백화점의 모습

 화신백화점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를 보고 1년 뒤인 1932년 '동아 백화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재밌게도 동아 백화점은 6개월만에 문을 닫고 화신 백화점에 흡수 됩니다. 그 이유가 참 재미있는데요, 화신백화점에 맞서기 위해 동아 백화점이 택한 전략은 어여쁜 아가씨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가씨들을 고용한 것이 악수였지요. 상사가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스캔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여파로 이미지가 추락해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광복 후 1950년에는 신세계, 미도파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합니다만, 주된 고객은 부유한 이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현대적인 소매업체들도 생겼지만, 1960년대 전까지 우리나라의 주된 소매 시장은 다름아닌  '3일장, 5일장'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맥을 유지하고 있지요. 1960년대에 정부는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1968년에 최초의 슈퍼마켓이 문을 열지요. 그 이름하여 '신서울 슈퍼마켓'이었습니다. 사실 최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1964년에 슈퍼마켓이 문을 열었지만, 그 발음이 '술퍼먹다 망할것'이라는 발음과 비슷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외국인만 이용했다고 하는 비극적(?)인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부유한 이들만 슈퍼마켓을 찾았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모습

 1970년에 우리나라의 경제는 빠른 성장을 거칩니다. 그러면서 중산층이 탄탄해 지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많은 소매 업체들이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롯데 백화점과 한양 유통 회사가 이때 문을 열지요. 그리고 이런 새로운 바람에 밀려 전통시장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에는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가 진행되어 소매업이 더욱더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압구정동에는 현대 백화점이, 영등포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문을 열며 큰 규모의 소매업의 대두를 알렸지요.

 1990년대에 한국 정부는 유통업에 대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합니다. 규제를 줄이고, 법을 개정해 소매업체들을 늘리려 하지요. 그리고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할인점(supercenter)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통산업발전법(1997년, 2012년 개정)

홈플러스의 모습

 이러한 노력은 빛을 발해 1990년대는 가히 '할인점들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소매업이 발달 했습니다. '가격파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게 되었지요. 1996년에는 외국 소매업체들에게 문을 열어 월마트, 카르푸가 입점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테스코는 삼성 C&T와 제휴해 '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지요.

 이런 거대한 소매업체들은 우리나라에 특별히 존재하는 '재벌'들이 이끌었습니다. 그 자본력은 무지막지 해서, 전통시장과 자영 소매업(4인 이하의 종업원이 일하는 소매업)은 심한 타격을 입었지요. 이런 현상은 다음 표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1995년 

2005년 

변화율 

할인점 

30개 

300개 

10% 증가 

자영 소매업 

700,000개

620,000개

11% 감소

결국 이런 자영 소매업의 타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던 정부는 2004년 새로운 법을 발표해 이들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래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는 할인점이 소매 업계에서 백화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지요. 동시에,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쇼핑'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소매 업체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자영 소매업체들 특히 전통시장의 쇠락은 결국 2011년 국가가 이런 법을 발표하게 합니다.

제1장 총칙 <개정 2010.6.8>제1조(목적) 이 법은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시설 및 경영의 현대화와 시장 정비를 촉진하여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2010년)

 그리고 현재는 서울시에서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대형 할인점들의 주말 휴업을 의무화 하려고 있지요. 이에 대한 찬반논란은 다음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경제이야기 > 유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유통의 역사  (0) 2012.10.20
유통에서의 중개자(intermediaries)의 역할  (0) 2012.10.20
유통의 역사  (0) 2012.10.20

한국 유통의 역사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유통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만, 본격적인 유통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정책으로 인해 조선후기에 유통이 발달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기도 했었지요. 게다가 6.25전쟁과 수출, 제조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본격적인 유통의 발전은 1990년대 부터 이루어 져 왔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시면 다른 산업들과 확실히 비교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소개(Introduce)

성장(growth) 

성숙(mature) 

 성숙까지 걸린 기간

 제조업

1960년대 

1970~80년대 

1990년대 중반 

25~30년

 유통업 

1990년대 초반 

2000년대 

2010년대 

15~20년 

 서비스업

2000년대 

2010년대 

진행 중 

진행 중 

위의 표를 보시면 제조업이 유통보다 먼저 발달한 걸 아실 수 있는데요, 이는 우리 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발전형태입니다. 자원이 있는 경우는 유통이 먼저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유통의 발달은 자원의 부족은 차치하고서라도 상당히 늦게 이루어 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정책 때문에 상업과 유통업을 기피 했습니다. 새로 생산하는게 없으며, 있는 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를 좋지 않게 본 것입니다. (부가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당연하게도 일본에 의해 경제가 잠식되어 있었으므로, 발전이 늦어졌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뒤에는 경제는 제조업 분야와 수출 중심으로 치우쳐 졌습니다. 소매업은 단지 제조업의 일부로 취급 되었지요. 그리고 1970년대에 재벌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재벌은 상당히 독특한 형태입니다. 심지어는 oxford 사전에도 따로 항목이 있을 정도이지요.) 



 재벌은 유통구조를 독점했고, 당연하게도 제조업이 소매업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유통 관련 회사는 이런 분위기에서 싹도 피어보지 못했지요. 게다가 이때까지만 해도 부가가치를 이해하지 못해 유통이 과잉 소비를 낳고, 생산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나라의 최대 경제위기였던 1998년 IMF사태로 인해 일변하게 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타파되고 유통이라는 거위가 낳는 부가가치라는 황금알을 알게 되지요. 소매업은 당연히 발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요도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통업의 발달로 소비자 가격도 안정을 찾아가게 되지요.

 OECD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유통 업계는 보통 전체 GDP에서 8~18%를 차지하며, 전체 노동시장에서 10~20%의 고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년도

유통업 

제조업 

농,어업 

GDP 

고용인구 

GDP 

고용인구 

GDP 

고용인구 

 2005

7.4 

16.4 

24.7 

18.5 

3.0 

7.9 

 2006

7.5 

16.0 

25.7 

18.0 

2.9 

7.7 

2007 

7.5 

15.7 

26.3 

17.6 

2.9 

7.5 

2008 

7.7 

15.4 

27.5 

17.3 

3.1 

7.7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실질), 경제활동 인구조사’, 2008

 위의 표에서 보실 수 있듯이, 유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고용인구의 수치는 다소 높기까지 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경제이야기 > 유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소매업의 역사  (0) 2012.10.20
유통에서의 중개자(intermediaries)의 역할  (0) 2012.10.20
유통의 역사  (0) 2012.10.20

유통에서의 중개자(intermediaries)의 역할

유통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중개자(intermediaries)입니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중개자들에 의해 유통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유통에서 중개자의 역할은 크게 네가지 입니다. 탐색의 편리화, 제품 불일치의 조정,유통의 규칙화 그리고 중간 과정의 감소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탐색의 편리화 

 중개자들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탐색의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중개자들이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공급자와 수요자는 직접 만나서 거래를 만들어야 하지요. 물물교환을 상상해 보시면 편할 겁니다. 아니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고 거래를 생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중개자들이 있으면 편리하게 구매를 할 수 있지요.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2. 제품 불일치의 조정

 일단 용어부터 확실히 하자면, '제품(에 대한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불일치의 조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공급자는 최대한 적은 품목을 많이 생산하고 싶어하지요. 반면에, 수요자는 최대한 많은 품목을 적게 사고 싶어하지요. 이런 불일치, 간극을 조정하는 것이 바로 중개자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인 불일치도 조정해 주지요. 이런 작업을 위해서 중개자는 분류, 축척, 할당,  이 있습니다. 각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구분(sorting): 여러 종류로 나누어진 상품들을 동종의 상품들로 구분하는 것

축척: 작은 품목들의 상품들을 더 큰 동종의 품목들로 나누어 모아 두는 것

할당: 동종의 상품들을 작은 품목들로 나누어 놓는 것

구색 갖추기(assorting): 전매(resale)을 위해 제품의 구색을 맞추는 것

입니다.


3. 유통의 규칙화

 중개자는 유통에 규칙을 만들어 거래를 편리하게 합니다. 이 '거래'는 대상, 그 대상의 가치 그리고 가격에 대해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양, 방식 그리고 언제 지불을 할 것인가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지요. 유통이 규칙적으로 정해지면, 재화와 서비스의 비교와 평가가 쉬워지기 때문에 제품의 표준화와 더 좋은 제품에게 경쟁력을 줄 수 있지요. 이런 유통의 규칙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 효율적이지 못한 거래만 생길 것입니다. 


4. 중간 과정의 감소

 중개자가 없다면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만약 10명의 사람들이 거래를 한다고 해 봅시다. 중개자가 없을 경우, 간단히 계산 해 보면, (10X9)/2=45이기 때문에, 45가지의 거래의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그러나 중개자가 있다면, 10명이 각각 중개자에게 파는 경우, 사는 경우로 2가지 씩 경우의 수를 지니기 때문에 10X2=20 즉, 20가지의 경우의 수를 지닙니다. 거래자가 늘어날 수록, 중간정이 감소하는 것은 매력적이지요. 중개자가 늘어날 수록, 중간 과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만, 문제는 중개자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중개자는 효율적이지만, 최근 정보통신의 발달로인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에는 중개자가 거의 없는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비 스트라우스(Levi Strauss)라는 청바지 브랜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히 판매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할 경우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벌크로 포장할 수 없고 개별 포장을 해야 하며,  소매업자들과 경쟁관계가 될 경우 충돌(channel conflict)가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경제이야기 > 유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소매업의 역사  (0) 2012.10.20
한국 유통의 역사  (0) 2012.10.20
유통의 역사  (0) 2012.10.20

유통의 역사


 저번 시간에는 유통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그에 따른 유통의 발전을 단계별로 살펴 보시겠습니다. 유통의 발전은 보통 4단계로 나타냅니다. 바로 전통 시장(Traditional Market) 단계, 생산자의 우위(Superior Position of Manufactures) 단계, 소매의 발전과 생산의 세계화(Growth of Retailing Industry and Globalization of Manufacturing Industry) 단계 그리고 소매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Retailing Industry) 단계입니다. 각 단계들에 대해서 차례로 살펴봅시다.


 첫번째 단계; 전통 시장(Traditional Market) 

 전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자와 소매업자 모두 작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통 자체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생산자는 자신의 지역에만 국한 되어 공급을 하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작은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도매업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도매업자는 생산자와 소매업자를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만약 도매업자가 없다면 생산자와 소매업자를 연결할 고리가 없을 뿐더러, 생산자의 상품이 시장에 전달되기도 힘들지요. 

 

 두번째 단계; 생산자의 우위(Superior Position of Manufactures)

 전통시장에서는 도매업자가 상당히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매업자,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 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점차 생산력이 발달함에 따라 생산자들도 무시못할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예전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던 가격 결정에 참여하고,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지요. 전통시장에서 도매업자가 팔라는 가격에 팔았다면, 이제는 생산자가 생산의 량을 조절하여 수요 공급의 법칙을 이용해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런 생산자의 우위현상은 산업혁명을 일찍 겪어 생산량이 폭등한 서구권에서는 1960년대에,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이루어 지지요.


 세번째 단계; 소매업의 발전과 생산의 세계화(Growth of Retailing Industry and Globalization of Manufacturing Industry)

 그 다음 단계에서는 드디어 소매업이 발전합니다. 저번에 공급이 발전했다면, 이번 단계에서는 수요자들의 수요가 폭증합니다. 공급의 다품종 소량생산화와 소비자들의 유효수요의 증가가 소비자의 지위를 향상시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자들과 직접 맞닿아있는 소매업이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유통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가지요. 소매업자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할인가에 상품들을 팔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가격 결정에 소매업자들과 생산자들 사이에 알력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누가 더 힘을 가질 것인가 하는 미묘한 권력관계가 생긴 것입니다. 또한, 국가간 수출이 증가하며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해외 수요도 고려해야 하는 생산의 세계화도 일어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매업의 대두를 알리는 할인점이 1960년대 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수출과 외국 지사 설립은 1970년대에 활발히 이루어 집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1990년대에 한국 기업과 외국의 기업들이 소매업 시장에 들어오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재벌들이 동남아시아와 개발 도상국에 진출하기 시작했지요. 재밌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먼저 수출이 증가하고, 소매가 그 뒤에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케이스와는 사뭇 다르지요.


 네번째 단계: 소매업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Retailing Industry) 

  생산업이 세계화가 된 다음 차례는 소매업의 세계화 입니다. 1990년대 중반, 우르과이 라운드가 출범한 이후로, 개발 도상국들은 소매업의 문을 활짝 열게 되었지요. 미국의 경우는 1980년대 중반부터 월마트 같은 특정 품목을 파는 매장(category killer)들이 대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같은 경우는 2000년대 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매장들이 외국에 진출하기 시작했지요. 이런 소매업의 세계화는 소매업자들에게 강력한 힘을 안겨주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경제이야기 > 유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소매업의 역사  (0) 2012.10.20
한국 유통의 역사  (0) 2012.10.20
유통에서의 중개자(intermediaries)의 역할  (0) 2012.10.20

어째서 그리스의 회계장부가 들통났나?

벤포드의 법칙

 수학자인 시몽 뉴콤은 복잡한 계산을 도와주는 로그표를 보다가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로그표는 1부터 시작해서, 9.999까지 숫자들의 상용로그 (밑이 10) 값들이 쓰여진 표 입니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 소수점 수십 자리까지 표기한 표이지요. 그런데 그는 앞에 있는 페이지들이, 뒤에 있는 페이지보다 훨씬 더 헤진 것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일 수도 있겠지요. 뒷 페이지를 보려면 앞 페이지를 넘겨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사전을 한 번 보세요. f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을 때는 바로 f쪽을 펴서 보기 때문에 a로 시작하는 쪽이 낡을 염려는 없지요. 그래서 뉴콤은 왜 이러한 일이 생겨나는지 호기심이 생겨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지요.

"혹시맨 첫 자리가 1인 숫자가 세상에 더 많은 것은 아닐까?"

그는 여러가지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신기하게도 1로 시작하는 숫자가 전체의 1/3이나 차지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귀납적으로 추론된 것이고 수학적으로 증명은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든 백조를 살펴보아도 단 한 마리 검은 백조가 나오면 귀납적 연구는 실패하기 때문에 증명은 어려울 수 밖에 없었지요.

 이런 난제에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저명한 물리학자인  프랭크  벤포드입니다. 그는335개의 강, 3259개의 미국 지역적 인구수

 1800가지의 분자의 질량수, 342명의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들의 집주소에 있는 숫자들 그리고 104개의 물리상수를 모읍니다. 그리고 인위적인 수 만이 아니라 자연적인 수들도 위의 현상을 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서 그는 이 법칙을 각고의 노력 끝에 증명해냅니다.

요즘 이 법칙은 회계장부 조작을 감지하기 위해 공공연히 쓰이고 있습니다사람이 직접 임의로 조작한 숫자들은, 무의식 중에 1,2,3,4...9를 고르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지요.

 그리스도, 장부의 수가 벤포드의 법칙에 어긋났기 때문에, 자세한 조사를 하다가 부실 장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통계학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밝혀 내다니, 재밌지 않나요?


신호보내기와 골라내기

왜 우리는 스펙을 쌓는가?


요즈음 학생들은 스펙을 쌓으려 애를 씁니다. 중학교 때는 외고에 가려고, 외고에서는 대학에 가려고 또 대학에서는 취업을 하려고 스펙을 만들어가지요. 대학에 가면 스펙을 쌓는 것이 끝나느냐? 아쉽지만 그건 아닙니다. 승진 시험을 하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또 스펙을 쌓아야 하지요. 외국어 시험, 컴퓨터, 경제관련 시험끝도 없는 스펙 관리를 해야 하는 현대인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스펙 관리를 해야 하는 걸까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우릴 뽑는 회사나 학교는 우리에 대한 정보를 다 가질 수 없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훌륭하기 그지없으나, 일정 수준에 미달하지 못하는 사람마저도 자신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나 학교는 아무나 뽑지 않게 되지요. 이 때, 우리는 뽑히기 위해서 우리의 훌륭함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자격증, 봉사활동 등등을 해 그들에게 신호보내기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신호보내기가 효과적이려면 먼저, 비용이 들어야합니다.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숨쉬기 같은 것을 장기로 내세울 수는 없는 법이지요. 또한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신호보내기 비용이 더 낮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높은 레벨의 신호를 얻을 유인이 없어지지요. 예를 들어 토익 700점이 토플 만점보다 더 선호된다면, 사람들은 토익을 보지 토플을 보지는 않겠지요.

 회사나 학교는 우리 지원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보고 골라내기를 합니다. 정보가 없는 상대의 정보를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지원하기 위해서 일정 조건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조건이 되지 않는 지원자는 자연스레 지원을 하지 않게 되겠지요. 보험사는 이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보험 상품을 만들어 놓고 지원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게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펙을 계속해서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있는 한, 더 좋은 품질의 스펙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스펙 경쟁은 너무나 과열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과학과 경제학의 통섭

신경경제학

 행동경제학 중 에서도 경제적 의사결정을 두뇌수준에서 관찰하려는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해 보았지만, 심리학은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행동을 가지고 추론하는 것이라 이론화 시키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위인 뇌를 탐구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폴 잭교수나 폴 글림셔와 같은 연구자들을 통해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이라 알려지기 시작한 이 움직임은 기능적 자기공명장치와 같은 뇌영상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과학적 영농법을 도입해 행동경제학의 비옥한 토양을 다시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샌피교수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은 그러한 접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 논문에서는 최종결정게임을 할 때 경기자가 제안을 받아들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는 두뇌의 서로 다른 정보처리 방식이 의사결정 시 일종에 경쟁상태에 놓일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상반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이해에 신경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논의의 공간을 의미있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도는 이미 마케팅 분야에서는 많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노래를 틀어야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 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MRI를 찍어보기도 했고 말이죠. 앞으로는 이러한 학문간의 교류를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합리적 선택과 베이스 룰

정부에서 전쟁이 난 다른 나라에 대해 실시할 정책에 대해 두 가지의 전달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는 “이 정책을 실시하면 전쟁이 난 나라의 사람들의 80%가 죽습니다.”라는 표현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 정책을 실시하면 전쟁이 난 나라의 사람들의 20%가 살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이 때 사람들은 어느 방식을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렇게 확률이 제시될 때 사람들은 비 합리적인 선택을 하곤 합니다. 신뢰도가 99%인 감염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보통 99%라고 생각하지요. 거의 절망적인 수치이지만 이 판단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살펴 봅시다.

“신뢰도가 99%인 감염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99%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병에 걸릴 확률을 모르지 않습니까? 이 병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1인 것을 고려하면 놀랍게도 실제로 감염될 확률은 거의 1%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는 100분의 1이기 때문에 최초의 감염률 1만분의 1과 비교하면 100배가 된다는 뜻이지만,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 쪽이 99배나 큰 것입니다. 처음의 절망감과는 반대로 매우 희망적이지 않습니까? 만약 이것이 품질검사 결과라면 불량품으로 판정되더라도 바로 폐기할 필요 없이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좋은 것이지요.

여기서 사용한 확률 계산법을 ‘베이스 룰’이라 하고, 발생확률에 관한 사전 정보(이 경우는 감염률)가 있을 때 새로운 정보(검사의 신뢰도)를 얻었을 경우에는 사태가 발생할 확률을 어떻게 갱신하면 합리적인지를 나타냅니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전확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적 인간은 물론 베이스 룰에 따른 결론을 낼 수가 있으며,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말이지요.

이 오류는 확률판단에 있어서 ‘기저율(base rate)의 무시’로 일컬어지는 실수이며,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사건에서 전체가 차지하는 비율(기저율)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죄수의 딜레마

두 명의 은행강도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은 가지고 있으나 물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은 그들을 독방에 감금하여 놓고 두 가지의 선택 사항을 제시합니다. 한 명만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은 침묵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1년형을 내리고 침묵한 쪽에는 10년형을 내립니다. 두 명 모두 자백을 할 경우에는 두 명 모두 5년 형을 내립니다. 마지막으로 두 명 모두 침묵을 지키면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석방 된다는 것이지요.

죄수B

죄수A

자백

침묵

자백

(5년형,5년형)

(1년형,10년형)

침묵

(10년형,1년형)

(석방,석방)

만약 내가 죄수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합리적 개인은 침묵보다는 자백을 선택하고, 결국 두 명 모두 5년형을 살게 된다. 두 명이 협력할 경우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데, 이런 결과를 가져오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 상황, 어디서 많이 보셨죠? 바로 배트맨의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 한 실험과 같지요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몬티홀 딜레마

 당신 앞에,3개의 문이 있습니다. 2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고, 나머지 문의 뒤에는 승용차가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승용차가 들어있는 문을 고른다면 그것을 가질수 있겠지만, 염소가 들어있는 문을 고른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요. 당신이 문 하나를 고르자, 사회자는 당신이 고른 칸을 제외한 두칸중, 염소가 들어있는 한 칸을 열어보입니다. 그리곤 능청스럽게 당신을 향해 묻습니다. "선택을 바꿀건가요?" 이 때, 당신이 문을 바꾸는 것과 바꾸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일까요? 아래의 두 표를 보세요.

당신이 선택한 문

사회자가 열어준 문

당신의 선택

결과

A(승용차)

B혹은C

바꾸지 않는다.

당첨

B(염소)

C

바꾸지 않는다.

C(염소)

B

바꾸지 않는다.

*<1>선택한 문을 바꾸지 않을 경우

 

당신이 선택한 문

사회자가 열어준 문

당신의 선택

결과

A(승용차)

B혹은C

C혹은B

B(염소)

C

A

당첨

C(염소)

B

A

당첨

*<2>선택한 문을 바꿀경우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선택한 문을 바꾸는 것의 확률이 2/3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의 1/3보다 큼을 알 수 있습니다그러나 실제로 몬티홀 퀴즈쇼에서 이 딜레마가 발생했을 때, 수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 주장하였고, ‘마릴린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을 게재하던 마릴린이 옳은 의견을 제시하였을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하였지요. 이 역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하나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 심지어는 수학자 마저도 때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것으로 한창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보석상 문제'가 떠오르네요.


보석상에 한 신사가 들어와서, 70만원짜리 진주를 샀다.

100만원짜리 수표를 냈는데 보석상 주인은 거스름돈 줄게 없었다.

그래서 보석상 주인은 그 수표를 들고 옆 제과점에 가서 현금으로

바꿔온 뒤 30만원을 신사에게 거슬러줬다.

그 신사가 가고난 뒤, 그 수표가 가짜 수표 인걸 알게 됐다.

그래서 보석상주인이 제과점주인에게 100만원을 물어주었다.

보석상 주인이 총 손해 본 금액은?


정답은 직접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과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알아 보세요.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