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외눈박이 괴물

 

옛날에 몽골 소년 세 명이 학업을 쌓기 위해 서방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몽골은 목초지뿐이라 공부를 하기엔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요.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머나먼 길을 가던 도중에 세 소년은 인적이 드문 벌판에서 몸집이 엄청나게 크고, 이마에 푸른 털이 난 양 일곱 마리를 만났습니다.

랄의 모습(합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년들은 이 신비로운 양들을 보고 신기해서 잠시 양의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랄’이라는 거대한 외눈박이 동물이 다가왔습니다. 그 동물은 몸집이 매우 거대하고 머리가 없었으며, 어깨에 눈이 있고, 입은 허리에 달려 있었습니다. 손에는 날카로운 쇠꼬챙이 하나를 쥐고 있었지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동물이 다가오자 소년들은 얼어붙었고, 그러자 괴물은 소년들이 잡아가 양떼와 함께 그들을 바위 동굴로 몰아넣고, 입구를 크고 납작한 바위로 막아 버렸습니다.

 

소년들은 공포에 떨며 서로를 붙잡고 덜덜 떨고만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거대한 문이 열리고 랄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불을 피워 쇠꼬챙이를 벌겋게 달군 뒤, 한 소년을 그 꼬챙이에 꿰어서 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등을 돌린 뒤 잠시 누워 있었지요. 남은 두 소년들은 엄청난 공포에 슬퍼하지도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잠시 뒤 쇠꼬챙이가 다시 벌겋게 달아오르자, 커다란 괴물은 또 한 소년을 조금 전처럼 꼬챙이에 꿰어 먹었습니다. 소년을 먹어 치운 랄은 또다시 드러누워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나머지 한 명의 소년은 공포를 잠시 억누르고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지요. 그리고 소년은 벌겋게 달구어진 꼬챙이를 집어 들어 잠든 괴물의 에꾸 눈을 깊숙이 찔렀습니다. 그리고는 양떼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랄’은 고통에 못 이겨 괴성을 지르며 소년을 붙잡기 위해 동굴 안을 이리저리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양 떼 속에 섞여 있는 소년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했죠.

 

이때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낸 랄은 양들을 붙잡아 등허리를 손으로 쓸어 본 뒤, 한 마리씩 바위 틈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매우 무서웠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진정시키고 털이 북실 북실한 양의 배 쪽에 달라붙어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랄은 소년을 찾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목숨을 구한 소년은 양을 타고서 다른 양들을 몰고 서방으로 떠났습니다. 다른 두 소년을 잃은 슬픔을 공부로 극복한 소년은 거기서 교의를 배워 훌륭한 승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오랫동안 몽골인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그리스-로마 신화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다 사이클롭스를 만난 이야기와 완전히 똑같지요. 지형 상으로는 전혀 가깝지 않은 두 군데의 신화가 이렇게 비슷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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