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션 소개 (44)

보드카레인



 예전에 러시아 여행을 갔을 때, 보드카를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중학생이라 아쉽게도 먹지 못했지요. 그리고 대학생이 된 어느날, 드디어 보드카를 먹게 되었습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듯한 보드카의 맛이 알싸하게 남았지요. 그런 보드카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는 밴드를 꼽으라면, 보드카레인 아닐까요? 하늘에서 보드카가 비처럼 내린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밴드라네요.

 2005년 결성된 보드카레인은 결성 즉시 인디 페스티벌에서 우승하고, 데뷔앨범만 낸 채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초대되기도한 실력파 밴드입니다. 보컬 안승준씨가 유학가서 잠시 활동이 중지되기는 했지만, 밴드원들은 음악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보드카레인을 세상에 널린 알린 1집 'The wonder years'의 타이틀 곡 '친구에게'입니다. 보드카레인 특유의 청량감이 잘 느껴지는 곡이지요. 학창시절을 노래하는 이 곡을 들으면, 보드카 한 잔을 샷으로 마시면 예전 친구들이 생각나는 것처럼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앨범한장으로 인디씬에 큰 반향을 가져온 보드카레인은 2008년 2집 'flavor'을 냅니다. '100퍼센트'는 2집에 수록된 곡 중 하나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퍼센트의 여자이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라는 수필을 통해 만들어진 곡입니다. 보드카를 오렌지 주스에 넣고 얼음을 떨어뜨려 먹는 스크류 드라이버처럼 달달하고 달콤한 곡이지요.



 청량한 샷으로, 달콤한 스큐르드라이버로 보드카를 마시다 보면, 점 점 씁슬해지고, 깊이 있는 맛이 느껴지지요. 그렇기에 2010년에 나온 이들의 앨범 'faint'가 더 쓸쓸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의 사운드에서 더욱 깊어진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보드카병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은 뒤, 침대에 누워 있을 때의 격정을 일으킵니다. 개인적으로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앨범입니다.

 보드카를 만드려면, 여러 곡물들을 푹 숙성시켜야 하지요. 그렇듯, 이들은 지금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여러 곳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자신들을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끝나고, 더 맛좋은 보드카를 들고 나와 세상에 뿌릴 때, 그들이 원하는 '보드카 레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때가 온다면, 저는 맨 앞줄에서 그 비를 맞고 싶습니다.



보드카레인

정보
Group | 대한민국 | 결성: 2005.09.23
장르
-
대표곡
기억의 꽃
멤버
주윤하, 이해완, 안승준, 서상준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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