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의 전개과정(3)

문학이란 무엇일까?

문학의 기원; 제의적 기원설 


 저번 포스팅들에서 문학의 기원을 찾아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고, 사회적으로도 살펴보았습니다. 예술의 기원, 문학의 기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저번의 두 포스팅과는 다른 관점의 재미있는 이론을 살펴보려 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것들도 다 과거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문학역시 그렇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신가요? 이런 맥락의 이론이 있으니, 바로 제의적 기원설, 다른 말로는 발라드 댄스론 입니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를 아시나요? 행렬로 축제를 시작하고 행렬이 끝난 후에는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합창과 비극, 희극을 공연하는 디오니소스 축제는 현대의 올림픽에 비길 만큼 성대하게 거행되었습니다. 여기서 수많은 작품들이 발표되었지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모두 이 축제에서 작품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은 작가들입니다. 

 제의적 기원설의 골자는 이렇게 문학의 기원을 고대의 종교적인 제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무당을 생각하면 쉬우실 텐데요, 고대의 제의는  시와 춤과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원시적인 가무가 행해졌습니다. 굿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이런 원시적인 가무(발라드 댄스)에서 문학과 예술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제의는 시, 춤, 노래 모두가 결합된 종합예술이었습니다.

 원래는 발라드댄스 처럼 미분화된 원시종합예술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원시적인 가무 속에 들어 있던 언어는 문학으로 소리는 음악으로 몸짓은 무용으로 분화되었다는 것이지요. 원시 문학 형태의 발전 단계로서 처음에는 문자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유동문학"이라 하고, 문자발명 이후 문자로 정착된 형태를 "정착문학"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거의 통설로 정착된 학설입니다.

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  머리를 내놓아라

若不現也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  구워서 먹으리 

-구지가 

 한번쯤은 보셨을 <구지가>입니다. 가야의 수로왕과 관련된 배경 설화가 있는 노래이지요. 이 노래를 보면 군신을 맞이하려는 실제적 목적과 가무를 즐기려는 심미성이 함께 작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발라드댄스는 실용성과 심미성이 동시에 작용하였다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축제였을 구지가가 현재는 정착문학이 되어있는 것도 흥미롭지요.

 지금까지 문학의 기원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세 이론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어떤 이론이 가장 문학의 기원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지, 직접 한번 생각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문학이론의 전개과정(2)

문학이란 무엇일까?

문학의 기원; 사회학적 기원설


 저번 포스팅에서는 문학의 기원에 대한 심리학적 기원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모방본능설, 유희본능설, 흡인본능설이 있었는데요. 과연 예술이 개인적인 심리에 의해서만 창조될까요? 정철의 시 <훈민가>를 살펴 봅시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어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정철 <훈민가>

 이 시는 백성들의 교화를 위해 쓰인 것인데요, 개인적인 욕구로만 창작되었다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점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일라기 보다는 사회적인 필요해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인간의 심리대신에, 사회학적인 요인에 대해서 살펴보려 합니다.

 이런 사회학적 측면의 접근이 등장한 이유는, 예술이 심미적이고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생활과의 깊은 연관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사회적 결속과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발생한 것으로 의욕을 자극하고 사람들 사이의 협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는 것이지요.

마술적효과를 지닌 미술

 히른, 그로세, 멕켄지 등의 학자들은 인류학, 고고학적 연구를 하던 중에 재밌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고대 인류의 유물 혹은 원시사회의 생활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스트렐리아 토인, 나일강 뱃사공들의 노동요등이 노동의 효율을 늘리는데 사용되었으며, 그 외에도 예술이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흥분 등의 마술적효력을 통해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효용을 지닌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춤만 하더라도 모방이나, 내적 충동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사냥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동작을 손쉽게 익히게 하려는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 입니다.

 그로세는 자신의 저작 <예술의 기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또 맥킨지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예술작품의 대부분은 순수한 심미적 동기에서 이루어진것이 아니고 차라리 실제적 목적이 먼저있고, 심미적 요구가 다음에 생긴 것이다.'

-그로세<예술의 기원>

‘문학이란 그 본질에 있어서 사회적 현상이다’ 

-맥킨지<문학의 진화>

 요즘 현대에서는 예술이 이런 기능만을 수행한다고 보기엔 힘든데요, 그들 역시 이런 점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사실 모든 예술은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실용적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졌지만,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이런 목적이 점차 옅어지고, 심미적이고 개성적인 측면들이 강조되었지요.


현대의 많은 축제는 사실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되었죠.


 이런 사회학적 기원설은 예술이 단순히 충동의 발현이라는 유희충동설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실용적으로 발생되었다는 사회학적 기원설역시 19세기 미국의 무용미학자이며 철학자인 랭거에 의해 비판되었습니다. 

 랭거는 언어의 본질은 어떠한 개념을 표시하는 것 보다는 목적없는 발음 본능, 원시적인 심미적반응으로 보았습니다. 즉, 전달기능에 앞선 심볼로서의 언어 자체의 발생을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실용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주장을 완전히 반박하고 있는 것이지요. 


 '언어의 첫 발성은 어떤 욕구의 사인이 아니라,단지 기쁨의 부르짖는 소리에 지나지 않다' -랭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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