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입니다. 영화 포스터와 같은 구도의 미켈렌잘로의 동상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자비'가 필요합니다. 남들에게 잔악하게 빚을 받아내는 강도(이정진 분), 그에게 피해를 입은 수많은 채무자들, 그를 찾아온 어머니라 주장하는 의문의 여인(조민수분), 심지어는 돈을 빌려주는 악덩 사장까지 모두 불쌍하기 그지 없습니다. 김기덕감독은 이 모든 이들을 필름에 담담이 담아 냅니다.


 강도는 불쌍합니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먹고 살기 위해 고리대를 빌린 이들에게 잔인한 행동도 불사합니다. 닭을 먹기 위해 사 와서 내장을 화장실에서 빼내는 모습은 마치 짐승을 불사하게 합니다. 극 중 나오는 꿈틀거리는 장어같지요.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세상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분노를 얼굴을 모르는 어머니의 그림에 주머니칼을 던지며 해소하려 합니다. 이런 그에게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여인역시 불쌍합니다. 어렸을 때 강도를 버렸다는 여인은, 강도에게 자신이 어머니임을 주장하며 어떤 행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여인은, 강도의 희생자의 어머니입니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치를 떠는 원수의 품안으로 들어갑니다. 자신과 같이 가족을 잃는 충격을 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녀가 그림대신 붙여논 사진은 강도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비중이 커지고, 어머니를 되찾았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강도의 몽유병같은 자위를 도와준 뒤, 그것을 증오스런듯이 닦는 것은 그녀의 이면적 심리를 보여주지요.

 

 강도의 희생자들 역시 불쌍합니다. 생계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사채에 손을 벌린 그들은 무참히 장애인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엄마를 찾고, 사랑을 알게된 강도는 더이상 그들을 무참히 대할 수 없었지요. 강도는 채무자들에게 동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여인은 어느날 사라져 버립니다. 강도는 다시금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방황합니다. 자신이 장애인들로 만든 그들의 삶의 단상을 보며 강도는 강제적으로 자신의 죄의 무게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삶을 지지하던 여인이 눈 앞에서 떨어져 죽고, 사실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한 때 채워줬던 모성을 그리워 합니다. 결국 강도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속죄를 하게 되지요.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잔인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러한 메시지가 잘 담겨 있기에, 영화 말미에 나오는 성가의 '키리에 엘레이슨(자비를 베푸소서)'가 가슴속에 더 사무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도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속죄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그 또한 악마가 아니라, 한 인간이였음을 알게 하지요. 그리고 복수를 끝낸 그녀의 말은 그녀역시 복수에 영혼을 판 여자가 아닌,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피에타 (2012)

9.1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