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상이 창조되었나?

마야의 창세신화

태초에 하늘에는 네 명의 신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사실 그들은 모두 게을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너무 심심했던 황색 신이 인간을 만들어 땅의 혜택을 누리고 신을 찬미하게 하자고 제안했지요. 역시 심심했던 나머지 세 신도 황색 신의 제안에 찬성했습니다.

 

황색 진흙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소지, 이걸로 인간을 만들어야겠어.”

 

황색 신은 황색의 진흙덩이를 가져다가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피조물은 매우 약했습니다. 진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물에 닿으면 녹고, 똑바로 서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아이고, 그렇게 약한 진흙으로 인간을 만드니 그렇게 되지, 진정으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나무지, 내가 한번 만들어 보겠네.”

 

적색 신은 나뭇가지를 꺾어 인간의 형상을 조각했습니다. 신들은 시험 삼아 나무로 만든 인간을 물 속에 넣어 보았지요, 진흙인간처럼 물에 약하면 안되니까요. 나무 인간은 물 위로 둥둥 떠올랐지요. 그리고 아무 문제없이 똑바로 설 줄도 알았다. 하지만 신들이 불을 갖다 대니 다 타버려 재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황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이 찬란한 금속으로 인간을 만들면 완벽할 걸세.”

 

흑색 신은 황금으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황금 인간은 아름다울뿐더러 태양처럼 찬란히 빛났지요. 황금 인간은 물 시험, 불 시험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시험을 거치고 나니 오히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황금 인간은 감촉이 몹시 싸늘했습니다. 또 말도 할 줄 모르고, 느끼거나 움직이거나 신들을 숭배하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마치 로보트와 똑같았지요. 신들은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금까지 중에 제일 완벽하였기 때문에 내버려 두기로 하였지요.

 

자네들이 실패한 것은 우리들을 찬양해야 할 인간을 무생물들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네, 나는 나의 살들로 사람을 만들겠네.”

 

아무 색깔도 없는 네 번째 신은 자신의 왼손가락을 잘라 냈습니다. 그러자 손가락들이 껑충껑충 뛰어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네 신은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너무 멀리 사라져 버린 탓에,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미처 보지 못했지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그만 개미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은 신을 숭배하고 제물도 바쳤습니다. 그들은 네 신의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해 주었지요. 어느 날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황금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찬란히 빛나는 그들에게 적잖이 놀란 인간들은 이내 용기를 내어 황금 인간을 만져 보았습니다. 황금 인간은 돌처럼 차가웠지요, 황금 인간은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친절한 행동이 황금 인간의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황금 인간은 생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마음을 가지게 된 그들은 신들에게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친절을 칭찬했습니다.

 

예전에는 한 마디 말도 없던 피조물의 입에서 칭찬의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네 신은 잠에서 깨어 흐뭇한 마음으로 지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신들은 황금 인간을부자라고 부르고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을가난뱅이라 불렀지요. 그리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도록 운명을 정해 놓았습니다. 신들은 부자들이 죽으면 그들이 생전에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보살펴 주었는가를 기준으로 심판하기로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천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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