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매업의 역사


 저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유통발달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소매업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어느 것일까요? 미국 최초의 백화점은 1877년 '존 워너메이커 스토어(John Wanamaker Store)'이고, 일본은 1904년 미츠코시 백화점이 세워졌는데요. 우리나라의 최초 백화점은 다름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30년 '미츠비시 경성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 자본으로 세워졌기에, 우리나라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데요, 바로 1년 뒤인 1931년 '화신 백화점'이 세워집니다. 1980년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했던, 우리나라 유통사의 터줏대감이었지요.

화신백화점의 모습

 화신백화점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를 보고 1년 뒤인 1932년 '동아 백화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재밌게도 동아 백화점은 6개월만에 문을 닫고 화신 백화점에 흡수 됩니다. 그 이유가 참 재미있는데요, 화신백화점에 맞서기 위해 동아 백화점이 택한 전략은 어여쁜 아가씨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가씨들을 고용한 것이 악수였지요. 상사가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스캔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여파로 이미지가 추락해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광복 후 1950년에는 신세계, 미도파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합니다만, 주된 고객은 부유한 이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현대적인 소매업체들도 생겼지만, 1960년대 전까지 우리나라의 주된 소매 시장은 다름아닌  '3일장, 5일장'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맥을 유지하고 있지요. 1960년대에 정부는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1968년에 최초의 슈퍼마켓이 문을 열지요. 그 이름하여 '신서울 슈퍼마켓'이었습니다. 사실 최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1964년에 슈퍼마켓이 문을 열었지만, 그 발음이 '술퍼먹다 망할것'이라는 발음과 비슷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외국인만 이용했다고 하는 비극적(?)인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부유한 이들만 슈퍼마켓을 찾았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모습

 1970년에 우리나라의 경제는 빠른 성장을 거칩니다. 그러면서 중산층이 탄탄해 지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많은 소매 업체들이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롯데 백화점과 한양 유통 회사가 이때 문을 열지요. 그리고 이런 새로운 바람에 밀려 전통시장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에는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가 진행되어 소매업이 더욱더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압구정동에는 현대 백화점이, 영등포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문을 열며 큰 규모의 소매업의 대두를 알렸지요.

 1990년대에 한국 정부는 유통업에 대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합니다. 규제를 줄이고, 법을 개정해 소매업체들을 늘리려 하지요. 그리고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할인점(supercenter)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통산업발전법(1997년, 2012년 개정)

홈플러스의 모습

 이러한 노력은 빛을 발해 1990년대는 가히 '할인점들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소매업이 발달 했습니다. '가격파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게 되었지요. 1996년에는 외국 소매업체들에게 문을 열어 월마트, 카르푸가 입점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테스코는 삼성 C&T와 제휴해 '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지요.

 이런 거대한 소매업체들은 우리나라에 특별히 존재하는 '재벌'들이 이끌었습니다. 그 자본력은 무지막지 해서, 전통시장과 자영 소매업(4인 이하의 종업원이 일하는 소매업)은 심한 타격을 입었지요. 이런 현상은 다음 표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1995년 

2005년 

변화율 

할인점 

30개 

300개 

10% 증가 

자영 소매업 

700,000개

620,000개

11% 감소

결국 이런 자영 소매업의 타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던 정부는 2004년 새로운 법을 발표해 이들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래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는 할인점이 소매 업계에서 백화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지요. 동시에,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쇼핑'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소매 업체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자영 소매업체들 특히 전통시장의 쇠락은 결국 2011년 국가가 이런 법을 발표하게 합니다.

제1장 총칙 <개정 2010.6.8>제1조(목적) 이 법은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시설 및 경영의 현대화와 시장 정비를 촉진하여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2010년)

 그리고 현재는 서울시에서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대형 할인점들의 주말 휴업을 의무화 하려고 있지요. 이에 대한 찬반논란은 다음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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