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고담의 백기사

하비 덴트

 

"날 죽이려고 했으면 중국제를 썼으면 안됐지."

잘 생긴 외모, 명석한 머리, 잘 나가는 직업을 모두 갖춘 희대의 엄친아 하비 덴트는 온갖 범죄가 창궐하는 도시, 고담으로 발령받게 됩니다. 정의감으로 똘똘뭉친 덴트는 검사보 레이첼 도스와 함께 마피아들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러나 부패한 경찰들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그의 예상을 넘어서는 부패에 맞닥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지요. 결국 그의 그런 모습의 고든과 배트맨은 협력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그는 고담의 희망의 상징인 백기사가 되어 갑니다. 어둠에서 악당들을 퇴치하는 흑기사 배트맨과는 정반대의 영웅상인 것이지요.

"앞면이면 넌 살고, 뒷면이면 죽는다....다시 한번 해보지."

배트맨의 도움으로 인해 마피아들을 일망타진한 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레이첼이 조커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부터 서서히 자신의 이면을 자각하기 시작하지요. 정의롭게 악을 척결하기 위해 살아온 자신에게 주어지는 끊임없는 불합리에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조커를 도왔던 정신병자에게 총을 겨누고 자신의 동전을 던지며 죽이겠다고 협박하게 됩니다. 만약 이 모습이 드러난다면 지금까지의 그의 이미지는 무너지고, 고담의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배트맨은 그의 추락을 막고,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을 볼 수 없다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내가 배트맨이오."

하지만 배트맨의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덴트는 명 연설을 한 채로 자신이 배트맨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연행되어 갑니다. 그리고 조커를 잡는데 성공하지요. 하지만 성공의 마지막 순간에 그는 배신한 경찰들에 의해 잡혀가고 맙니다. 그리고 조커의 게임에서 져버린 배트맨에 의해 구해진 덴트는 얼굴의 절반이 타버리고, 그의 행운의 동전마저 반쪽이 완전히 타버리고 말지요. 양면이 앞면이여서,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때와는 다르게 그리고 선한 인격만이 주도하던 때와는 완전히 반대로 변할 것임을 암시하는 도구이죠.

"오직 공평한 것은 확률 뿐이야."

결국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잘생기고 잘나가던 검사였던 그가 아리따운 여자친구도, 출중한 외모도 모두 잃어버린 것이지요. 자신의 죄는 착하게 살려고 했던 것 뿐인데,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현실이였죠. 더군다나 경찰의 배신이라니, 그것만큼 그에게 힘든 것도 없었을 겁니다. 그는 결국 세상에 정의란 없으며, 오직 공평한 것은 확률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것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던 이의 정의가 왜곡되었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는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믿던 정의를 관철하는 것에서 확률을 통한 정의로 노선을 바꾸었을 뿐이지요. 그리고 결국 그의 이러한 과오는 배트맨의 희생으로 인해 덮이고, 결국 그는 한동안 고담의 정의의 상징인 하비 덴트로 남게 됩니다.

"죽어서 영웅이 될지, 살아남어서 악당이 될지..."

정의감으로 가득 찼던 영웅에서 확률에 모든 것을 맡기는 악당까지, 그의 변화는 비단 영화 안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의 말대로 얼마나 많은 영웅이 오래 살아 악당이 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어찌 보면 영웅의 한 조건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그의 타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다크 나이트 (2009)

The Dark Knight 
9.1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52 분 |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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