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배달하는 의사

스케어크로우

(조나단 크레인)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며 나온 악당은 유일하게 한 명뿐입니다. 바로 스케어 크로우지요. 원작에서는 정말로 허수아비 같은 코스튬을 입고 다니지만,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놀란답게 평상시에는 그냥 다니다가 가면을 쓰는 식으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공포가스 역시 내면에 잠재된 트라우마를 일깨운다는 효과에서 단지 주위의 물체가 공포스럽게 보인다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크레인 박사는 외출 중이니,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비긴즈>에서 그는 아캄 수용소의 원장이자 정신과 의사로 나옵니다. 그리고 라스 알 굴과 마피아인 팔코네와 협력하고 있지요. 라스 알 굴에게서는 원래 리그 오브 어쌔신의 입단시험에 쓰이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푸른 꽃을 얻고 있고, 팔코네는 그 운반책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이 강하고 진정한 공포를 만드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두 명에게 모두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그는 그렇게 제작한 공포가스로 수용소의 죄수들에게 수많은 시험을 합니다. 그러나 메인 악당은 아니기에 배트맨에게 잡혀 자신의 공포가스를 마시고 쓰러진 뒤 아캄수용소에 갇힙니다. 그 뒤에 탈출해 잠시 간지나는 기사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전기 충격기에 리타이어 하고 맙니다.

"오 이런, 너를 가게 해준다고만 했지 그게 천국이라고는 안했어."

<다크나이트>에서 그는 마약상으로 나오지요. 실은 마약이 아니라 공포가스를 팔지만 말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배트맨에게 잡히고 맙니다. 재밌게도 그는 가짜 배트맨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배트맨의 소설판에서는 그가 생계를 위해 마약을 제조한다고 했다가 공포가스를 제조해서 사람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스케어크로우 특유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이지요. 아마 가짜 배트맨과 함께 등장하는 것은 그 역시 배트맨에 집착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트맨은 공포를 이용해 범죄자들을 진압하고, 스케어크로우는 공포를 탐구하기 때문이지요.

"사형? 혹은 추방?"

<라이즈>에서 그는 또다시 등장하는데요, 이번에는 베인의 계략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고담에서 인민재판을 하는 재판정의 판사가 되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부자, 경영인, 경찰 할 것 없이 수많은 이에게 사형추방(결국 사형과 다를 바 없는)’을 언도합니다. 아무런 심경의 변화 없이 수 많은 사람에게 똑 같은 짓을 했을 그를 보면 그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실 놀란의 배트멘 세계에서 스케어크로우는 별다른 일관성이 없이 극 중에 등장합니다. 아마 놀란이 스케어크로우역의 킬리언 머피를 편애해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킬리언 머피는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배트맨의 유력한 후보였다고 합니다. 키가 큰 배트맨을 연출하려고 하니 베일이 배트맨역에 낙점되었다네요. 대신 그를 마음에 들어한 놀란이 그를 스케어 크로우로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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