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조무라기(?) 악당들

마피아, 갱들

 

고담시는 가장 혼란스러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물론 조커, 투페이스, 베인 등 쟁쟁한 악당들이 있기도 하지만 배트맨이 목적이고 그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과는 달리 단지 돈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어찌 보면 더 정상적인 범죄자들도 있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긴즈>에서 <라이즈>까지 나온 많은 마피아, 갱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1.   팔코네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쏴 죽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다는 거지!”

<비긴즈>에서 나오는 마피아의 두목이자, 배트맨의 데뷔의 희생양 이지요. 브루스 웨인이 고담시를 떠나있는 동안 팔코네는 고담을 장악했습니다. 정치인, 기업가, 판검사에 경찰까지 그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요. 배트맨의 부모님을 죽인 악당이 팔코네의 정보를 주는 것으로 풀려나자 그를 총으로 쏴 죽였고,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준 악당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스케어크로우와 계약을 맺고 공포가스의 원료가 되는 라스 알 굴의 푸른 꽃의 밀수를 돕습니다. 그리고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밀수 현장을 방문했다가, 배트맨에게 잡혀 처참한 꼴로 잡히고 말지요. 그 뒤에 거래 내용을 폭로하겠다며 스케어 크로우를 협박했다가, 공포가스에 맞아 정신병에 걸리고 맙니다. 그리고 아캄수용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죠. 이 과정에서 레이첼 도스가 의문점을 제기하다 스케어크로우에게 잡혀 가스를 맞고, 그를 배트맨이 구해 해독제까지 만들 수 있었으니 어찌 보면 <비긴즈>에서 역설적으로 배트맨에게 많은 조력을 한 셈입니다.


2.   라우

"저는 계산을 잘하거든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은 처음으로 고담시를 벗어나 활약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녀석, 라우를 잡기 위해서지요. 그는 배트맨에 나오는 몇 안되는 동양인인데요, 서양사람들이 동양에 대해 품고 있는 고정관념들인 똑똑하지만 계산적이라는 느낌이 모여있는 캐릭터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비덴트와 배트맨이 마피아의 자금줄을 추적해 오자, 그는 마피아들의 의견에 앞서 모든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킵니다. 그리고는 홍콩으로 날라버리지요. 하지만 조커의 말대로 관할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배트맨이 '한국'의 밀수업자의 비행기를 이용해 라우를 잡아갑니다. 계산적인 그 답게 마피아들의 목록과 죄상을 경찰에 넘겨 살아남지만, 결국 일부러 경찰에 갇힌 조커에 의해 잡혀가고, 조커가 돈더미 위에 올려놓고 불에 태워버리고 말지요.


3.   마로니

"오늘 오후에 조커가 어디있을지 알고 있지."

역시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입니다. 나름 중후하고 포스있게 생겼지만, 극중에서는 끊임 없이 수난 당하다가 죽고 맙니다. 처음에는 라우의 고발로 경찰에 잡혀가고, 그 다음에는 조커의 행방을 묻는 배트맨에 의해 3층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마지막엔 자신을 배신한 자가 누군지 묻는 덴트에게 부패 경찰들을 알려주고, 동전의 앞면이 나와 사는가 싶었지만 덴트가 운전수를 쏴서 차가 전복되 버렸죠. 코믹스에서는 꽤 큰 세력을 이끌고 있는 보스이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눈물만 납니다.


4.   체첸

"그의 제안을 들어보고 싶은데 "

역시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입니다. 강한 이탈리아 억양이 인상적인 마피아 보스입니다. 초반에 마약대신 공포가스를 판 스케어크로우와 언쟁을 벌이다 배트맨이 참전하자 도망친 바로 그 악당입니다. 늘 개를 데리고 다니며 상대를 위협하는데 사용하지요. 조커의 제안을 들어보자고 하고, 라우의 배신에 잡혀갈 때도 조커에게 부탁할 거 그랬다며 마피아 보스 중에서는 조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를 믿은게 잘못이었죠, 목표를 이룬 조커는 체첸에게 자신의 패거리에 흡수되라고 하고 이를 거부한 그는 아마 살해당하고 개한테 던져졌을 겁니다.


5.   갬볼

"살려서 데리고 와, 내가 매너를 가르쳐 줄 수 있게. "

역시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입니다. 이름도 모르시는 분이 많을 테지만 얼굴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조커가 빨간마스크처럼 입을 찢고 다닐때의 첫 번째 희생자지요. 특기할 사항은 이게 다네요. 원래부터 조커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것 같습니다.



배트맨의 또 다른 얼굴

라스 알 굴 

 이번 포스팅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의 악당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배트맨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여러 악당들과 맞서는 배트맨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악당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1,2,3부를 모두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난무할 것이니 아직 시리즈를 다 보지 않으신 분은 피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요, 살고 싶다면..."

 첫 번째로 비긴즈의 메인 악당이었던 라스 알 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랍어로 악마의 얼굴을 의미하는 라스 알 굴은 동양 어딘가에서 '리그 오브 어쌔신'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수천년동안 내려온 그들 리그 오브 어쌔신의 목적은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이 세상에서 악을 척결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파괴'였습니다. 

"우리는 인간을 타락으로부터 구원해 왔어. 로마에 쥐를 풀어 흑사병을 일으켰고, 런던을 불태웠지."

 이런 점은 악을 척결하되, 악과 같아지지 않기 위해서는 살인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트맨과는 정 반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타협할 수 없지요. 세상에서 최고로 타락한 고담을 불태워서 정화시킨다는 라스 알 굴의 이념은, 부모님의 대를 이어서 고담을 수호하는 배트맨에게는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소개해 드릴 분이 있어요...라즈 알 굴 씨?"

 사실 원작에서 라스 알 굴은 불멸자 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완전한 불멸자 이지요. 라자루스 핏(라자루스는 예수가 부활시킨 나자로와 같은 뜻입니다.)에 들어가 부활하고, 부활해 인류의 악을 척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놀란의 배트맨에서 그의 설정은 약간 변해 얼굴마담역으로 비슷 비슷한 이들을 세워 불멸의 존재로 가장한 채, 대리인으로서 실권을 행사합니다. 

 "이곳에 갇힌 사람 중 아무도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네..."

 그런데 라스 알 굴은 어째서 이렇게 악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바로 그의 과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라이즈에서는 그의 과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용병이였습니다. 돈을 받고 싸우고, 돈을 받고 싸우는 것을 반복하던 그는 3세계의 군벌에게 고용되었다가 그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쫓겨나고 맙니다. 자신의 딸을 밴 아내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죠. 이 감옥이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라자루스 핏입니다. 원작과는 달리 나자루스 핏이 신비스런 성소이거나 그가 라자루스 핏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그곳의 영향으로 그의 삶이 바뀐 것은 틀림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런 그의 과거는 배트맨의 과거와 놀랄만큼 흡사합니다. 가족을 모두 잃고, 불의를 증오하며 힘을 길러 한랏 쪽은 리그 오브 어쌔신을 이끌며 악을 파괴하는 정의의 집행자가, 다른 한쪽은 홀로 악을 저지하는 정의의 수호자가 된 것이지요. 라스 알 굴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였던 것은 그가 순수한 선의로 악을 행한다는 데 있는 것이지요. 만약, 배트맨이 레이첼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복수에 열을 올렸더라면. 그는 라스 알 굴의 제안을 받아 들여 리그 오브 어쌔신을 이끌게 되지 않았을까요?

 <비긴즈>에서 그와 배트맨의 대화는 두 명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줍니다. 단 한명의 선인이 있을 지라도 구해야 한다는 배트맨과, 이미 타락한 도시를 불태워야 한다는 라스  알 굴의 대화는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려던 야훼와 그를 말리는 모세의 대화와 흡사했습니다. 

  짱구 아빠가 한 명언 중에 이런게 있지요, 정의의 적은 악이 아니라 또다른 정의라고, <비긴즈>는 그것을 라스 알 굴과 배트맨의 대결구도로 잘 보여주었습니다. 계속해서 범죄를 막지만, 죽이지는 않는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도전하는 악당이 늘어나게 되는 <다크 나이트>까지는 배트맨의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이 계속해서 던져지지요. 그러나 마지막 시리즈에서 놀란 감독은 자신이 던진 물음에 답을 해 줍니다. 배트맨 시리즈를 관통하며 등장한 라스 알 굴은 우리에게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 대답은 우리가 찾아가야 하겠습니다.



배트맨 비긴즈 (2005)

Batman Begins 
8.3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케이티 홈즈, 게리 올드만
정보
범죄, 액션 | 미국 | 139 분 | 200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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