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위에 세계가 있다고?
아이누족의 창세신화

아이누족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주인은 원래 아이누(Ainu)족이었습니다. '아이누'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들만의 신화와 문화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단일민족주의'를 표방하던 일본의 정책으로 무시받고 탄압받아 많은 전통이 사라져 가는 비운의 민족입니다. 정령을 숭배하고,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믿는 등 아이누족의 신화는 일본의 전통 신토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아이누족의 세계관과 창세 신화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아이누족의 세계관

아이누족의 주신 카무이(Kamui)는 곰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http://jessicalanan.com/



 우주는 여섯개의 하늘과 여섯개의 세계로 되어 있습니다. 맨 위에는 카무이(Kamui)라는 주신이 살고 있고, 신의 계급 순으로 그 밑의 세계에 거주했습니다. 카무이가 사는 곳은 튼튼하고 거대한 철벽이 있었습니다. 지하에는 길고 긴 동굴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뱀으로 변해버린다고 합니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지옥으로 보내지고, 용암 속에서 달궈지는 것으로 벌을 받았습니다. 


아이누족의 창세신화

할미새가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KamuiChikapu 」



 태초에 거대한 숭어 한 마리가 우주에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 등에는 세상이 진흙투성이의 늪처럼 질척거리며 존재했다고 합니다. 카무이는 지나가던 할미새를 불렀습니다.

"할미새야."

"예. 신님 명령하십시오."

"저 숭어의 등에 가서 땅을 만들어라."

 할미새는 주신의 명을 받들어 땅으로 내려왔으나, 뭘 해야할지 난감했습니다. 이것 저것 해 보던 할미새는 마지막 수단으로 날개를 세차게 퍼덕거려 진흙을 끄집어 내 발과 꼬리로 다져 땅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구를 등에 진 숭어는 우주의 물을 마시고 뱉는 것으로 조수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숭어가 꿈틀대면 지구가 크게 흔들렸는데, 이를 막기 위해 두 신이 숭어를 꼭 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두 신 중 한명이라도 숨을 돌리려 숭어를 놓으면, 답답했던 숭어는 몸부림치는데 이것이 지진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악마는 카무이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발견했습니다. 악마는 질투심이 생겨 태양을 먹어버리려고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세상을 내려보다 이것을 발견한 카무이는 화들짝 놀라 까마귀를 불렀습니다.

"까마귀야."

"예. 무슨 일이십니까?"


"저 악마가 태양을 먹지 못하게 하려무나."

태양을 집어삼키려는 악마 출처:deviantart.com(BigFace작품)



 까마귀는 악마의 목구멍 속으로 날쌔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악마는 질식해 죽어버렸고, 세계는 안전해졌습니다.

 카무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며 흡족해 한 뒤 버드나무 가지로 사람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뒤 아이오나(
Aioina)를 보내 사람들을 가르치게 했다고 합니다.





상록수는 왜 항상 푸른가?

상록수의 기원

 

 세상이 창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모든 나무가 가을이 되면 이파리를 떨어뜨렸습니다. 에어렉 칸이 인류에게 질병을 주고, 늙으면 죽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지요. 까마귀는 사람들이 질병에 고통 받고, 죽는 것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젊음을 되찾아 주려 했습니다.

 태고에 거대한 움버 울라 산은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그곳의 정상은 천상계의 입구였습니다. 그리고 황금의 나무가 은색 잎을 지닌 채로 생명수를 담은 웅덩이 앞에 있었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던지 모든 병에서 자유로운 채로 영생을 지닐 수 있었지요.

까마귀는 산 정상으로 날아가 입안에 그가 담을 수 있는 만큼의 물을 담아 갔습니다. 그 물을 사람들에게 가져가 몇 방울 떨어뜨리면 그들에게 영생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그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이 사는 캠프에 다다를 무렵 그는 나무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부엉이가 울며 나무에서 튀어 나왔지요. 깜짝 놀란 까마귀는 입을 열었고, 생명수는 모두 나무위로 떨어졌습니다. 그 나무는 상록수가 되었고, 이 때문에 상록수의 잎은 사시사철 푸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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