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고려인과 마약
하나안
지난 8일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서울 아트 시네마에서 있었던 '하나안'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이름인 '고려인' 4세인 박루슬란 감독은 한국어과를 졸업했고, 한예종 영상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가깝고도 먼 고려인, 그들의 이야기
우리 민족이지만 러시아의 스탈린이 일본군의 간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명분으로 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분명 우림민족이지만, 분명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불행하게도, 중앙 아시아에서도 자신들과 다르게 생긴 고려인들은 이방인 취급을 받지요. 리얼리즘 영화인 <하나안>에서 이런 이방인으로서의 고려인들의 모습은 아주 잘 드러나 있습니다.
주연인 '스타스'의 경찰 동료들은 스타스에게 중국요리를 할 줄 아냐며 중국사람과 고려인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지요. 그리고 돈이 좀 있어 보이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택시에 태워 폭행하고 돈을 갈취합니다. 또한 마약 딜러들마저 고려인들을 '노란 원숭이'라며 무시하지요.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한 고려인들이 무시당하며 부당한 처사를 당하는 것을 보면 깊은 곳에서부터 피가 끓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시'는 비단 우즈베키스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온 스타스는 감독이 직접 연기한 그의 친구 중 하나인 '신'과 결혼한 한국 여자는 경멸의 눈으로 그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일을 찾지 못해 결국 해서 결국 친구를 운반책으로 마약을 밀수하려 하지요. 이 영화는 이런 고려인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마약에 중독된 우즈벡의 모습
고려인의 실상과 함께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다름아닌 마약에 중독된 우즈베키스탄의 모습입니다. 주연으로 나오는 네 친구들 중 한 명은 심지어 마약을 투여하고 보드카를 마시는 '달콤한 죽음'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마약을 수사하다가 마약을 하고, 거기에 중독되는 스타스의 모습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그의 모습은 가감없이 적나라 하게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마약에 취한 것은 비단 약쟁이들만이 아닙니다. 엄청난 노력끝에 스타스는 마약을 파는 딜러들을 잡아 내지만, 부패한 서장은 결국 그들을 풀어주고 맙니다. 부패에 취한 이들의 모습과 무기력하게 약을 하며 서민들에게 사기를 치는 약쟁이들의 모습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어두운 뒷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만으로는 우즈베키스탄이 완전히 약에 취한 나라로 보입니다. 박루슬란 감독은 이런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한국에 비해서 마약
을 구하기 쉽기는 하지만 유럽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상향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과 좌절
요즘 젊은 세대에게 유행어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말이 바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것입니다. 에미넴의 8마일에 나온 이 대사는 현재 우리사회의 20대 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하나안'은 성서에 나오는 이상향의 이름입니다. 영화의 가장 초반에 나오듯이 모든민족에게는, 사람에게는 '하나안'이 필요합니다. 그 '하나안'을 꿈꾸며 고단하고 힘든 현실을 벝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하나안'에서 이상향이던 한국의 모습은 결코 이상이 아닙니다. 극 중에 나오지는 않지만 암시되어 있는 외국인인 고려인에 대한 차별과 그에 좌절해 마약을 밀수하려는 '신'의 모습과 그에서 모든 희망을 잃고 결국 바다로 가는 '스타스'의 모습은 꿈과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20대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역만리 땅의 청년들의 이야기인 하나안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다름아닌 이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2011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다가,독립영화에 가깝기 때문에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많지는 않지만, 시간을 내서 한 번 보셔도 후회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박루슬란 감독의 마약과 고려인에 대한 지독한 리얼리즘에 대해 고민을 해 보고 가셔야만될겁니다. 리얼리즘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보고나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기 때문이지요.
하나안 공식 블로그/페이스북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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