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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놀란의 배트맨 악당 정리(4) 베인

최강의 육체와 최고의 두뇌

베인

"마스크를 쓰기 전까지, 누구도 내가 누군지 신경쓰지 않았다네."

 이번에 포스팅할 놀란의 배트맨 세계의 악당은 바로 <라이즈>의 메인 악당인 베인 입니다. 원작에서는 강인한 육체와 악마 같은 두뇌로 배트맨을 늘 곤경에 빠뜨렸건만, 영화에서는 늘 힘만 센 바보로 나오던 베인이 드디어 지능적인 악당으로 돌아온 것이 반가웠지요.

 베인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코믹스를 참고하자면, 아마 그는 라스러스 핏(바깥이 보이는 감옥, 라스 알 굴 편을 참고하세요)에 갇혀 있던 죄수에게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서 살아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극중에서 그의 대사인 너는 단지 어둠을 선택했지만, 나는 어둠에서 태어났다.”라는 말로 어느 정도 확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가 탈리아 알 굴을 보았을 때 든 느낌은 연민과 공감이었을 것 같습니다. 자신과 같이 지옥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빛을 보지만 닿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며 동류를 만났다고 느꼈겠지요. 그리고 탈리아의 어머니가 겁탈(정황상)당하고 죽었을 때, 이 아이를 보살피겠다고 결심했을 겁니다.

 지옥과도 같은 감옥생활에서 죄수들의 희망이 열린 하늘이었다면, 베인의 희망은 탈리아였겠지요. 여기서 부턴 제 추측입니다만, 아마 탈리아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죄수들은 잘 몰랐을 겁니다. 관심이 없었겠지요,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여자라는 것을 죄수들이 알게 되었고, 거기서 꼭 탈출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 죄수들이 그녀를 겁탈하려 하였을 때, 탈리아는 탈출을 감행했고, 베인은 그녀를 보호하며 죄수들과 맞서 싸우고, 탈리아는 줄도 없는 채로 감옥을 탈출 했습니다.

"그녀의 수호자인 베인은, 그녀를 구하고 큰 상처를 입었지."

그 뒤로 상처를 입은 베인을 치료하던 의사는 수술 중 실수를 저지르고 말고, 그는 고통을 경감시켜 주는 장치로 연명 하게 됩니다. 그리고 탈리아가 커서 그를 구해준 뒤에, 그에게 제대로 된 수술을 해주고 그를 리그 오브 어쌔신으로 이끕니다. 자신의 딸을 목숨 바쳐 구한 베인 이지만, 진통장치 없이는 숨도 쉬기 힘든 그가 라스 알 굴에게는 탐탁지 않았겠죠, 더군다나 탈리아와 베인의 감정이 신뢰 이상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결국, 베인은 리그 오브 어쌔신에서 파문되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리그 오브 어쌔신의 정신은 계승했지요.

탈리아를 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서인지 그는 용병이 되어 전 세계의 전장으로 뛰어듭니다. 형태가 있는 감옥에서는 탈출 했건만, 그는 자신을 다시 전쟁이라는 형태가 없는 감옥에 던집니다. 그러면서 그는 증오와 분노를 길렀을 겁니다. 아마 그러던 그에게 리그 오브 어쌔신의 본부가 파괴되었고, 스승이 고담시에서 배트맨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겁니다. 탈리아에 대한 걱정과 스승에 대한 애증 그리고 리그 오브 어쌔신의 동료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그는 배트맨에게 자신과 같은 최고의 절망을 주고자 고담으로 향했을 겁니다. 그리고 탈리아가 그에게 접촉했겠지요.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버지의, 스승의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을 끌어 내리기로 결심했겠지요. 탈리아는 미란다로 정체를 속이며 그의 겉모습인 브루스 웨인을 유혹하고, 베인은 악당으로서 그의 실체인 배트맨을 파괴하려 했습니다.

"여러분의 도시를 여러분들 스스로 다스리시오."

베인의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베인은 대거트에게 고용되어 고담시로 와서 지하에 자신의 소굴을 마련하며 준비를 하였고, 배트맨의 지문으로 증권거래를 위조해 그의 겉모습인 브루스 웨인을 몰락시킵니다. 또한 베인은 배트맨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고 그의 허리를 뿌러뜨려 그의 실체인 배트맨 또한 몰락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정신마저 파괴시키기 위해 그를 자신이 최대의 절망을 맛보았던 감옥에 가둬버립니다.

그리고 나서 베인은 라스 알 굴의 유지를 이어, 탈리아의 뜻에 따라 고담시를 배트맨처럼 안과 밖에서 파괴시키려 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하지요. 그들을 지도할 만한 사람들인 시장, 경찰서장을 모두 죽이거나 활동을 못하게 해버리고, 고담의 선의 상징 하비덴트의 진실을 폭로해 그를 끌어 내립니다. 그리고 범죄자들을 풀어 치안을 파괴해 버리지요. 그 다음부터는 평등이라는 기치 아래 사회 지도층을 척결해 버립니다. 마치 문화대혁명 같은 격변의 시기를 보내지요.

고담의 빈민이나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 해 봅시다. 이런 상황이 과연 나쁠까요? 일을 하지 않아도 배급이 나오고, 평소에 눈꼴 시렸던 정치인, 기업인들이 처벌 받는데? 그들은 안주했을 겁니다. 고든의 부하인 부경찰청장(맞나?)가 은둔을 선택한 것처럼요. 베인은 이걸 의도한 겁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끄집어 낸 것이지요. 내가 안전하다면, 남은 어찌되도 괜찮다는 마음을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추악한 본성을 보인 고담시를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는 것 이지요.

"핵폭팔로 죽는다고 생각하라고."

그러나 배트맨은 감옥에서 일어나(rise)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전 까지 흔들리던 마음은 버린 채 확실한 목표의식으로 베인과 재대결을 펼치지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배트맨이 결론을 내리고, 거기다 베인의 마스크가 약점이라는 것까지 알자 걸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베인은 처참히 패배합니다. 베인의 계획의 약점은 구심점-영웅-이 나타나 고담을 다시 이끄는 것이었기 때문에 베인의 계획마저 좌절되고 말지요. 탈리아의 갑툭튀로 마지막에 배트맨을 처단할 기회를 가지나, 캣우먼이 총을 쏴 광속으로 죽어버립니다. 이건 좀 아쉽더군요, 영화 내내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베인의 죽음으로는 합당치 않은 것 같습니다.

베인은 이렇게 천재적인 계획과 강인한 육체로 비단 배트맨 뿐만 아니라 고담시마저  파괴하려 하지만, 배트맨에 의해 모두가 좌절되고 맙니다. 단 한가지 그에게 위안이 되는 사실이 있다면 그가 평생을 바쳐 사랑했을 탈리아의 죽음을 보지 않은 것이겠죠.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8.2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영국 | 164 분 |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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