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
이 밴드를 알게 된 건 정말로 우연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저희집이 3호선에 있기 때문에 길을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창에 쳤다가 연관 검색어로 뜨길래 뭐지? 하고 눌러서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밴드 멤버로 있는 걸 보고 또 놀랐습니다. 여러 인디밴드에서 활약하던 멤버들이 뭉친 인디씬의 드림팀이더군요.
어느 새 결성 10주년을 훌쩍 넘긴 3호선 버터플라이는 편안하고 변함없는 삼호선 같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물론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나를 집에 데려다 주는 삼호선은 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노래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더군요.
3호선 버터플라이에는 시인이 한 분 있습니다. 성기완씨는 시인이며 영화 감독이기도 하신데요, 그래서인지 시적인 가사가 많습니다. 네멋대로 해라의 OST여서 유명한 '꿈꾸는 나비'입니다. 편안한 선율과 편안한 목소리. 고된 하루를 마치고 마침 자리가 나서 앉아서 가는 지하철과 같은 편안함이 있습니다. 그 편안함 위로, 널리 날아오를 나비를 격려 해 주는 이 곡은, 좌절이나 슬픔을 겪으실 때 들으면 좋습니다.
2009년에 나온 EP 'nine days'의 수록곡 'nine days'입니다. 처음에 이 곡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팝송이고, 분위기 있는 팝송을 부르는 신인 가수가 나온 줄 알고 한참 헤맸었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를 안개가 낀 호수로 데려다 줍니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 곡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불안해하기 마련입니다. 이 노래는 그러한 정서를 잘 담아냈습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부르는게 재주라면 재주 아닐까요? 관조적으로, 나이 먹음에 대해 생각하며, 내일 여행 가자고 노래하는 3호선 버터플라이는 정말 나비처럼 날아 갈 것 같습니다.
물론 3호선도 막차면 사람들로 바글거리듯이, 3호선 버터플라이의 노래가 모두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개중에는 '식민지'처럼 미국을 대놓고 비판한 곡도 있지요. 하지만 복잡하고, 편안한 것이 모두 3호선의 모습인 것처럼 이 모든 음악은 3호선 버터플라이가 어떤 이들인지 규정해 줍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홈페이지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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