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션 소개 (63)

아이씨사이다



 그린데이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펑크가 뭐야?'라고 묻자,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가 휴지통을 차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게 펑크지' 그러자 물어본 이가 휴지통을 차며 물었지요. '이게 펑크라고?' 그러자, 빌리 조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건 유행을 따라한거지.'

 다른 음악 장르가 다 그렇겠지만, 펑크는 특히 더 애매모호한 장르입니다. 사회에 대한 반항정신으로 똘똘뭉친 펑크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예컨데 섹스피스톨즈의 보컬은 음치였고, 베이시스트는 베이스를 칠 줄 몰랐지요. 왜 펑크에 대해서 구질구질 얘기하는고 하니, 이번 슈스케에서 아이씨사이다의 탈락이 슬프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소리만 지른다'는 평가가, 한국 펑크에 대한 사형선고처럼 들리는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탑밴드'에서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다는 '개똥벌레'를 열창했었지요. 탑밴드에서 8강까지 올라갔던 아이씨사이다는,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펑크락을 보여줍니다. 펑크라는 장르는 사실 음악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 측면이 강하기에, 정의하기는 애매하지만, 아이씨사이다는 미숙하지만 한국의 펑크록을 보여줬다고 하기에 손색없는 무대였습니다.



 아이씨사이다의 펑크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들이 펑크에 담고자 하는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슈스케에서 혹평을 듣고, 그냥 물러나는 모습이 과연 펑크스러운 것일까요? 자신들이 확실히 추구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펑크라면 정면 돌파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씨사이다는 한 편으로는 한국 펑크록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펑크록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펑크라는 장르 자체에는 어울리는 밴드이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정신적인 측면이 느껴지지가 않지요. 언젠가는 아이씨사이다가 자신들만의 정신을 펑크로 구현하기를 바래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시간의 잡동사니의 문화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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